휴긍정의 사소한 만족

다짐과 산만 그리고... 봄

이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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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지난 30여년 동안 느꼈던 봄을 만질 수는 없지만,

MLB, KBO 가 개막하면서 인내의 시간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힘겨운 여름을 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주는 계절이 다가왔다.

(출처 : MLB.com, 홈런 맞고 1승 얻는 오승환 선수)

 

LPGA 의 멋진 샷과 치열한 승부 그리고 스타들의 탄생은

확실히 스트레스라는 불구덩이에 들어가지 않을 힘을 주고 있다.

(출처 : LPGA.com, 그래도 계속 응원합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구에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일테지만,

나는 그저 빨리 흘러가기만을 바라고 있다.

좀 더 빨리 달력을 지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또 생각해보고 생각해본다.

결혼하고 애를 낳고나서, 결혼을 최대한 늦게 하겠다는 지인에게,

애를 낳을거면 빨리하는게 낫다고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아이를 세살을 건너뛰고 네살이 되게 할 수 없는 것처럼

부질없는 생각을 오늘도 또 하고 또 해본다.

퍼즐이라도 하면 시간이 빨리 가려나?

 

무의미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아들로서

친구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다양한 의미와 때로는 과도한 의미부여로

탈출까지는 아니지만 몇개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도 아무 의미없는 사람일 수가 없다.

칭찬과 관심이 큰 동력이었던

지극히 노말하고 소심했던 사람은

이제 부담스럽더라도 존재감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저 상대방이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알아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무의미한 나날들은 더더욱 짙어져만 가겠지.

그렇게 늙어가고 그렇게 열등감과 내뱉지 못하는 속내만 쌓인 채,

뭘해도 말이 안통하고, 하는 것마다 다른 의미를 찾지 말라는 강요 속에 사는

그런 외로운 꼰대가 되어가나보다.

난 그래도 돼... 라는 다짐아닌 다짐을 할 뿐이다.

(출처 : 윤식당2 tvN, 정말 별거 아닌데 엄청난 명장면이었다.....)

 

겨울부터 봄이 찾아올 때면

잠시나마 나의 의미를 찾았던 좋은 기억이 계속해서 해가 갈수록 떠오를지 모르겠다.

그리움은 취미라는 산만함에 가려져 조금은 억누를 수 있어보이지만,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의미를 찾고,

나의 의미를 강제소환 받았던 좋은 추억들은

시경이형 노래처럼 자고나면 하루만큼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이제 나없이도 만들어지는 맥포머스 티라노처럼

큰 그림 안에서 조금씩 내려놓아야 하겠다.

내가 아직 예전 그대로라고,

내가 비운 자리를 스스로 힘들게 채워준 가족들도 그대로일 수는 없겠지.

그것도 내 탓. 이것도 내 탓이다.

 

H.O.T. 가 소환되었지만, 그 때의 강렬함을 넘어설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뜨거운 의미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님을 되새기고 되새겨야겠다.

 

얼음과 눈 속에서 메달을 따더니

벌써 봄이다.

꽃잎이 번지는 모습이 참으로 당황스럽다.

 

마음 속으로 인정하기 싫었던 봄이

이제는 정말 와버렸나보다.

 

그래 봄이 오면 또 여름도 오고

그렇게 달력도 지워지고

내 의미는 희미해지더라도 의미있었던 추억들은 더더욱 아름다워지겠지.

 

추억에 기대서 살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의미없는 삶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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