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긍정의 사소한 만족

2019 명예의 전당. Define. 너의 의미 Hall of Fame in MLB

야구/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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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 of Fame

MLB 명예의 전당

WS 우승자가 결정이 되면,

11월에는 신인상 - Cy Young - MVP 를 차례로 발표하고,

Gold Glove, Platinum Glove, Silver Slugger 를 발표하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가 되면 Hall of Fame 을 발표하여 지난 과거를 정리합니다.

 

처음으로 100% 를 만들어 낸 마리아노 리베라.

더 이상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들과 임팩트가 있는 모습들로만 기억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평가하기 시작하지요.

기나긴 경력의 순간들을 다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월드시리즈를 우승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그 사람이 어디서 태어났고, 어떻게 메이저리그에 왔으며, 어떻게 갑자기 리그를 평정하는 투수가 되었고, 어떻게 은퇴를 했으며 지금까지 큰 잡음이 예전의 임팩트 있는 모습을 흐리지는 않았는지 떠올리게 됩니다.

100% 라는 것은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완벽한 기억으로 남아 있고, 빈틈없는 드라마 같은 히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스탯이 조금 얕아 보이던 로이 할러데이 선수에게는 안타깝고 비통한 죽음이라는 스토리가 은퇴 후에도 추가되었고, 반쪽 자리 선수라는 찜찜함이 남아 있던 에드가 마르티네즈 선수에게는 마지막이라는 보너스 이미지가 붙으면서 스토리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탁구로 치면 핑퐁핑퐁이 잘 되는 그런 동반자였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다수에게는 어떤 스토리가 붙어 기억이 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추가적인 스토리가 필요없는 그런 친구들이 그립습니다.

어떠한 조건이나 기대도 없이 만났던 이유가 있었겠지요. 그저 내 자신을 해소하는 인간관계가 아닌 완벽히 평등하고 편안하며 안정적인 상황에서 아무런 조미료 없이 서로를 바라보게 되면 그렇게까지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그리운 친구들에게는 어떠한 소식이 들리더라도 (뭐 했대더라, 과장되게 무슨 실수를 했다더라) 스토리가 전혀 망가지지 않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그런 것이 진정한 믿음이겠지요.

어렸을 때 사춘기가 되면서 형제자매라는 2촌관계는 왜 2촌인지 알겠다는 듯이 작은 행동 하나도 나쁜 이미지와 의미를 담아 해석하기 시작하고, 나도 그런 이미지로 남고 말겠다는 식의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는 했었지요. 부모님과도 마찬가지이고.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쌓을 수 없는 벽이기 때문에 강한 의무감으로 그것이 봉인해제되면서 언젠가부터 눈물이 더 글썽거리게 되는 완벽한 내 편으로 남아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되면서 부터 가족보다는 가족같은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많은 희생과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졌지만 이제는 별로 남지 않았네요. 장바구니에 넣듯이 추가하고 싶은 마음도 거의 없고요.

이제는 이미지와 스토리 싸움일텐데, 먼지 하나 쌓이지 않는 그런 매끈하지만 오래된 사진첩과 같은 친구들을 꺼내고 싶고 보고 싶습니다.

언제나 내 편인 그 사람들... 그리고 언제나 그들 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나.

야구 선수로서의 업적을 이렇게 정리하고 거기에 fishing village 라는 스토리를 얹어 이 사람이 죽어도 확실하게 새겨지는 저 이미지로는 남게 될테지요.

나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이영상, 포스트시즌 노히터.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

나는 아직 어떤 몇 단어로 정의되고 싶지는 않은데,

노출이 더이상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많은 저를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특정 몇단어에 국한하는 것은 분명할텐데.

말없어서 답답함? 뭐 이 정도로 기억하려나요?

연예인도 아닌데 뭐 이렇게 보여지는 것을 신경쓸까요?

어차피 공통된 이미지가 아닐텐데요.

누적으로는 더 많은 양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임팩트가 부족하거나 스토리가 부족하면 아무리 잘 생겼어도 이렇게 시간이 좀 걸려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기도 하네요.

그래도 내가 거의 100%에 가깝게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지인들을 생각하는 위와 같은 정의들이 있고, 나 역시 그런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그런 문장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궁금하고 흥미로운 것 같네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장점을 골라골라 낱말로 채워나가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옆에 있으면 마냥 편하고, 늦어도 나한테 욕을 해도 절대 받아치고 싶지 않고 웃음만 나는 그런 친구.'

'내가 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은 내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과 같을진데, 그 사람도 나를 그렇게 배려하고 있고 배려하고 있으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나를 진정시키면서, 서로의 배려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쿨하게 상황을 종료시키려고 적당 선에 머무르면 그것 역시 어떤 것이어도 좋기에 마지막으로 배려하여 오케이를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외칠 수 있는 그런 친구.'

너무 기네요.

슬래쉬 라인 3/4/5 으로 기억될, 막차를 탔다는 짜릿함으로 기억될 에드가 마르티네즈 선수. 10번의 투표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되었죠.

부끄럽지만 친구들의 나에 대한 Define 을 듣고 싶기는 하네요.

업적이라고 하기는 부끄럽지만, 인생의 어느 중간 쯤

내가 어떻게 살았고, 업적 기준으로 몇 줄로 정의내리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스카이 캐슬도 아니고 어느 학교를 다녀 졸업을 해서 어느 회사에 들어갔다 이게 다인가요?

아니면 언제 전세로 살다가 분양을 받으려고 하고 자산이 얼마고 부동산이 얼마다?

이건 너무 초라한데요...

 

이런 저런 역경이 있었는데 이런 저런 노력을 해서 여기 저기도 가게되고... 나만 자세히 알고 있는 기억들이 내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나'를 올리고 뽑히게 되었네요.

'나'는 이렇게 정의되어 이런 명예를 얻을 자격을 갖게 되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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