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를 탈출하라. (feat. 토끼경주, 킨더 초콜렛)
이거 아닌가?혼자 남겨진 이 곳에서
지우개로 하나씩 지우고 또 지워지는 듯한 2018년에
뭘 해도 즐겁지 않고,
기계처럼 하루를 살고 또 지워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이 기분.
배우고 싶었던 토끼경주 보드게임을 아들에게 배웠다.
당근을 돌리고 돌리다 보면
푹푹 빠져대는 토끼들.
아이는 토끼가 빠져도 아쉬워 하지 않고,
그냥 모든 것이 즐겁다.
거기다 대고 한번 이겨보겠다고 풍덩 빠지는 내 토끼를 아쉬워하고,
왜 최대 3번밖에 못가는지 아쉬워하고 앉아 있다.
더렵혀진 이 어른이 밉다.
그래 그냥 즐기고 그냥 웃고
그냥 흘리는거다.
모든 과정이 다 즐겁다고 믿자.
아이에게 한 수 배운다.
또 집에 가고 싶다.
비행기를 타고.
유일한 의미가 부여되는 시간.
킨더 초코렛.
새로운 모델 좀 나오거라
Airport Exclusive 로.
양대창 정말 좋아하는데.
배는 나오고 살이 쉽게 빠지지 않으며,
허기는 더 심해진다.
양대창에 양밥에 맛나게 먹었던 6년 전 봄이 기억난다.
초심이 중요한 법이지.
신선한 충격으로 맞이했던 종로생활.
맛집에 더더욱 충격받았다.
잘 있으려나?
반가운 지인들과 한잔 걸치면 슬럼프가...
잡생각은 전혀 없고,
생각의 흐름대로 몸을 움직이고,
또 다음으로 내 몸을 움직이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주 이상적인 컨디션을 꿈꿔본다.
아니면 무언가에 빠져
수동적이지만 엄청 행복하게 끌려다녔던 시간도 그립다.
어머니는 늘 보고 싶지.
큰 도전을 앞두고 계시지만, 응원을 할 뿐이다.
늙어가시는 부모님 걱정은,
걸음마에 살짝은 덜해진 아들 걱정에서 덜어 점점 더 채워지는 것 같다.
이것이 중년이구나.
아이고 내 어깨.
집밥은 정말 좋다.
메뉴 불문.
한국에서는 요즘 참 일할 맛난다던데.
집밥을 자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잔가지들은 다 쳐내고
이제 유일한 즐거움은 가족간의 술잔 기울이기.
술먹고 눈물 보이지 않기.
가족들을 생각하니
10일의 시간과 300만원의 여윳돈만 있으면
무조건 다시 가고 싶은 중앙공원.
또 그런 날이 올까?
또 모른다 이 시간이 지나면
또 기억도 나지 않을 하찮은 걱정거리일 뿐인 것을.
끝이 나려나?
끝은 늘 즐겁지만은 않다.
소풍을 가기 전, 여행을 가기 전,
설렘과 기대가 80은 먹고 들어가고,
막상 출발을 하고 도착하면,
또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갈 때만큼 에너제틱 하지는 않다.
시작할 때부터 끝을 그려보는 쓸데없음은 어디서 배운걸까?
크게 울고 크게 웃으면 뭔가 풀릴 것 같다.
이 이상한 긴장감은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크게 한 번 웃는 것도 함께 못하는
멀티플레이어가 아닌 집중력이 좋다고 간사하게 포장하고 싶은
나약함일 뿐.
잠이나 실컷 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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